가면을 벗기려는 호랑이 가면의 손길이 닿기 직전, 용 가면 김용환은 비릿한 웃음을 터뜨리며 외쳤다.
"무엄하다! 감히 누구의 몸에 손을 대느냐! 내가 바로 너희들이 숭배하던 그분의 진짜 대리인이다!"
그는 광기에 찬 목소리로 자신이 이 교단의 진짜 교주임을, 그리고 제단 위에 누워 있는 뱀 가면은 오늘 밤 자신의 영혼을 담기 위해 십여 년간 공들여 준비한 '빈 껍데기'에 불과했음을 낱낱이 쏟아냈다. 정혁을 죽이는 것은 곧 자기 자신의 영생을 스스로 끊어버리는 짓이며, 어떤 미친 설계자가 제 몸이 될 그릇을 부수겠느냐는 그의 절규는 지하 예배실을 서늘하게 메웠다.
그러나 돌아온 것은 경외심이 아닌 차가운 냉소였다. 그들에게는 늙고 병든 노인의 해괴한 영생 타령은 추잡한 살인자의 미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았다.
"미쳤군. 살인을 덮으려고 고작 생각해낸 게 그따위 해괴한 망상인가?"
호랑이 가면은 결국 그의 가면을 벗겨 내었다. 비밀을 밝혀 상황을 반전시키려 했던 용 가면 김용환의 마지막 도박은 비참하게 실패했다. 그는 그저 초라한 노인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