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OILER WARNING
이 페이지에는 작가의 개인 주관이 많이 담겨 있으며
시나리오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게임을 아직 플레이하지 않으셨다면 주의해주세요.
GREETING
인삿말
〈뱀이 죽은 축제〉를 플레이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페이지는 게임을 마친 분들을 위해 준비한 제작 비하인드입니다. 시나리오를 만들면서 어떤 생각을 했는지, 왜 이런 시스템을 선택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마음이 맞는 사람들과 함께 갑작스럽게 머더미스터리 프로젝트를 준비하게 되었습니다. 기획에 약 2개월, 테스트와 수정에 약 4개월. 그 과정에서 얻은 새로운 경험들은 제 인생에 큰 의미로 남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플레이어 여러분이 경험한 이야기가 단순한 게임을 넘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 추억이 되었기를 바랍니다.
01.
제작자의 머더미스터리 취향
개인적으로 "어떻게 피해자를 죽일 수 있었는가"에 집중하는 머더미스터리를 좋아합니다. 모두가 의심스럽지만, 오직 범인만이 그것을 실행할 수 있었기에 범인이 되는 구조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결말에서 "왜 이 사람이 범인인가"에 대한 어색함이 남기 때문입니다.
선호하지 않는 유형의 예시
▼
- 우발적 범행 — 본래의 목적은 살인이 아니었으나, 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충동적으로 범행에 이른 경우 (동기의 부재)
- 무자각의 살인 — 자신의 행위가 죽음의 원인이 되었음을 본인조차 인지하지 못한 경우 (인지의 부재)
- 우연의 중첩 — 복수의 인물이 각자의 의도로 행동한 결과가 우연히 맞물려, 살인이라기보다 사고에 가까운 경우 (의도의 부재)
- 분절된 인과 — 한 인물이 치명상 직전까지 몰아넣고, 다른 인물이 최후의 일격을 가해 사망에 이르게 한 경우 (단독 범행의 부재)
위와 같은 유형의 사건은 "어떻게 피해자를 죽일 수 있었는가"를 따졌을 때, 누구든 범인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 있습니다. 범인을 명확하게 특정할 근거가 부족해지고, 모두가 피해자를 "죽일 수 있었지만"에 대한 가능성을 명확히 해소하지 못하게 됩니다.
〈뱀이 죽은 축제〉의 범인은 처음부터 명확한 살의를 품고 범행을 계획했습니다. 환상을 피하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교도의 문양을 장갑에 새기고, 모두가 환상에 빠진 틈을 노려 범행을 실행했습니다. 우연도, 실수도, 공범도 없는 단독 범행이기에, 결론에 도달했을 때 범인이 범인일 수밖에 없는 완결성이 성립한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이번 게임에서 살인 동기는 명확히 드러나지 않습니다. 하지만 머더미스터리 특성상 모든 캐릭터가 피해자에 대한 동기를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동기만으로는 범인을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또한 동기의 부재가 겹칠 경우 앞서 언급한 선호하지 않는 유형에 해당하게 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동기보다 "어떻게 범행이 가능했는가"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02.
게임 시스템에 대하여
〈뱀이 죽은 축제〉는 보드게임의 특성인 전략과 선택의 재미를 드리고 싶어서 설계한 구조입니다. 머더미스터리는 마피아 게임의 변형적 구조를 가지고 있어서, 자칫하면 말빨이나 분위기 같은 게임 외적 요소에 승패가 좌우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증거나 상황의 흐름과 별개로 평소에 알고 지내던 모습과 달리 "저 사람이 말을 잘 못 하니까 범인인 것 같다", "소극적으로 행동하니까 수상하다"는 식으로 지목이 이루어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 경우 지목당한 플레이어는 큰 불쾌감을 느낄 수 있고, 게임 자체의 재미도 반감됩니다. 저희는 이러한 부분에 시스템적으로 제약을 두어, 게임 외적인 요소보다 전략과 선택에 집중할 수 있도록 설계하고 싶었습니다. 모두가 논리에 기반한 추리로 이야기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를 위한 핵심 시스템이 소지품입니다. 대부분의 머더미스터리에서 플레이어가 습득한 단서는 해당 플레이어가 자발적으로 공개하지 않는 한 다른 플레이어가 알 수 없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중요한 단서를 공개할지 말지가 전적으로 플레이어에게 달려 있어, 승리 목표보다는 게임 진행을 위한 메타적 합의에 의존하게 됩니다. 결국 단서 공개 여부가 플레이어의 성향이나 분위기에 좌우되기 쉽고, 이는 앞서 언급한 문제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 작품에서는 이러한 부분을 시스템적으로 보완하여, 단서의 공개와 공유가 게임 규칙 안에서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도록 설계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정 정보를 숨기거나 공개하는 것 모두 규칙 내에서 이루어진 정당한 선택이 됩니다. 최대 2장만 보유할 수 있기에 무엇을 버릴지 선택해야 하고, 버린 카드는 다른 플레이어가 가져갈 수 있습니다. 또한 특정 단서를 보지 못하는 것도 플레이어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맵에 놓인 여러 카드 중 어떤 것을 가져올지는 본인이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배려나 희생이 아닌, 그 순간의 전략적 판단으로서 받아들일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각 플레이어는 소지품 카드 2장을 가지고 게임을 시작하며, 동시에 최대 2장까지만 보유할 수 있습니다. 탐색 페이즈에서 새로운 카드를 가져오면 보유 카드가 3장이 되므로, 그중 한 장을 맵 중앙에 뒷면으로 내려놓아야 합니다.
여기서 핵심은 중앙에 놓인 카드도 맵에 놓인 카드로 간주되어 다른 플레이어가 가져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 시스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 시스템의 장점
▼
- 정보의 순환 — 내가 버린 카드를 다른 플레이어가 습득할 수 있고, 다른 플레이어가 버린 카드를 내가 가져올 수 있습니다. 단서가 특정 플레이어에게만 독점되는 상황을 최소화합니다.
- 거짓말 검증 — 카드를 조사한 플레이어가 구두로 공유한 정보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분별할 수 있습니다.
- 전략적 선택 — 라운드당 새로운 정보를 조사할 수 있는 기회는 6번입니다. 해당 라운드에서 누군가가 보았던 정보를 보게 된다면 라운드는 계속 이어집니다. 이를 활용하여, 플레이어의 합의에 따라 전체가 볼 수 있는 단서가 늘어날 수도 있고 제한될 수도 있습니다.
모두가 어떤 소지품을 버리고 어떤 것을 유지할지 전략적으로 선택해야 하며, 그 선택에 따라 게임의 흐름이 달라지게 됩니다.
또한 카드 조사에서 랜덤성을 최소화하고 싶었습니다. 특정 장소의 단서를 1, 2, 3으로 표현하여 원하는 정보 및 치명적인 정보를 운에 맡겨 뽑는 경우를 줄이고자 노력했습니다.
물론 특정 단서를 끝까지 숨기는 것도 가능합니다. 하지만 이는 사실 일반적인 머더미스터리에서 단서를 공유하지 않는 플레이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 게임은 그러한 상황을 최대 2장까지로 제한함으로써, 정보 독점의 폭을 조율한 것입니다.
(사실 범인의 경우 특정 단서(검은 가죽 장갑)를 숨기도록 의도했고, 이를 통해 해당 캐릭터가 독점해야 할 정보를 1장으로 제한한 것이기도 합니다.)
왜 지목 대상이 모든 등장인물인가
이 게임에서는 플레이어를 포함한 작중 모든 등장인물이 지목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안내했습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첫째, 플레이어의 자유를 제한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번 게임에서는 플레이어 중 범인이 있는 결과로 나왔지만, 플레이어는 게임 도중 다양한 가능성을 제시합니다. 저는 플레이어의 모든 판단이 그 근거가 적절했기 때문에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에서는 근거와 논리가 명확해서 그럴 경우는 없겠지만, "뱀 교주가 자살했다"라고 의심하는 경우도 충분히 고려했습니다. 만약 이런 안내가 없다면 용의자는 플레이어로 한정되고, 시스템이 플레이어의 추리 자유를 제한하게 됩니다.
둘째, 범인 플레이어를 위한 장치입니다. 범인은 3대 1의 게임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불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범인에게는 수사에 혼선을 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합니다. 플레이어 외의 인물도 지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은, 범인이 의심을 분산시킬 수 있는 여지를 제공합니다.
만약 이 요소 때문에 추리 과정에서 헷갈림을 겪으셨다면, 이는 제작자가 의도한 형태입니다. 불편을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
03.
게임 난이도에 대하여
〈뱀이 죽은 축제〉는 플레이어의 메타적 추리 감각에 따라 체감 난이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플레이어가 메타적 추리를 활용할 것을 고려하여 설계했기에, 게임 내 단서만으로도 범인을 특정할 수 있는 명확한 추리 구조를 제공하는 것이 이번 작품의 핵심 방향이었습니다.
메타적 추리란 게임 내 단서가 아닌, 제작 의도나 캐릭터 설계의 패턴, 관상, 함께한 플레이어의 평소와 다른 행동 등 게임 외적인 요소로 범인을 추측하는 접근법입니다. 메타적 추리는 결국 "그럴 것이다"라는 추측에 불과하며, 확신을 가질 수 없습니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메타적 추리를 의도적으로 모호하게 설계했습니다.
메타적 추리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게임 내 단서에만 집중하게 되어 오히려 순수한 추리가 가능합니다. 실제 테스트에서 초심자 그룹이 이러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반면 메타적 추리를 깊이 파고든다면, 모호하게 설계한 부분들로 인해 혼란을 겪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닭 가면과 쥐 가면은 표면적으로 서사의 주변부에 머무는 듯 보이며, 공개 정보에서 눈치가 빠르다면 쉽게 드러날 수 있는 비밀을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타적으로 파고들면 "비중이 너무 적어 보이는 것 자체가 수상하다", "이것이 비밀의 끝일 거 같지 않다"는 이유로 오히려 범인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 테스트에서 숙련자 그룹이 이러한 경향을 보였습니다.
그러나 메타적 추리를 표면적으로만 받아들인다면, 이 두 캐릭터가 게임 시작 전부터 플롯에서 소외된 존재로 느껴질 수 있습니다. 실제 테스트에서 중급자 그룹이 이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는 이번 게임에서 우연히 해당 인물이 범인이 아니었을 뿐, 오히려 이런 캐릭터가 범인인 경우가 많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다만 쥐 가면의 경우, 게임 내에서 범인을 찾을 수 있도록 돕는 탐정의 역할로 설계되어 있습니다. 모든 캐릭터가 강렬한 비밀을 지니고 있다면 플레이어들은 각자의 비밀을 숨기는 데 급급해 추리에 집중하지 못하게 됩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쥐 가면은 지닌 비밀의 비중을 줄여, 추리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범인을 찾는 것에 높은 점수를 부여한 것도 같은 이유입니다.
(실제 테스트에서 숙련자 그룹은 쥐 가면의 비중을 의심했고(연인인 것이 비밀인 것에 대한 부족함), 메타적으로 의심하여 단서를 찾지 못한 경우 범인으로 지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범인을 특정하기 위해서는 여러 단서를 조합해야 합니다. 메타적 추리와 관계없이, 게임 내 정보가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비로소 진실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결국 논리적 추리 접근이 필요합니다.
04.
설정서에 대하여
각 플레이어의 비밀과 목적에 대하여
범인을 제외한 플레이어의 경우, 비밀을 들키는 것이 감점 요인이 아닙니다. 대신 직접 발설하거나 인정하는 것을 감점 요인으로 두었습니다.
그 이유는 비밀을 들키는 것은 게임 진행 상 불가피하기 때문입니다. 단서를 공유하고 추리하는 과정에서 비밀이 드러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흐름입니다. 다만 그것을 직접 인정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스스로 인정하지 않는 한, 다른 플레이어의 추측은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이 규칙이 없다면 범인이 너무 쉽게 밝혀질 수 있습니다. 만약 모든 플레이어가 "어차피 감점됐으니"라며 자신의 비밀을 인정하고 공개해버린다면, 범인은 곧바로 특정됩니다. 비밀을 지키려는 동기를 부여함으로써 게임의 긴장감을 유지하고자 했습니다.
예시
상황: 다른 플레이어가 "쥐 가면, 당신 교주랑 사귀는 거 아니에요?"라고 지적함
○ 점수 유지: "무슨 소리예요, 증거라도 있나요?" (부정)
✕ 점수 감점: "...네, 맞아요. 저희 사귀고 있었어요." (인정)
범인 검거와 지목 구분
이 게임에서는 범인 검거와 지목이 별개의 점수로 주어집니다.
검거 (집단)
최종 투표를 통해 전체 플레이어가 합의한 결과. 과반수 이상이 범인을 지목해야 성립.
지목 (개인)
개인이 누구를 범인으로 생각하는지에 대한 기록. 개별 판단으로 평가.
이렇게 분리한 이유는 개인의 추리 성공과 집단의 합의를 구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올바른 추리를 했더라도 다른 플레이어들을 설득하지 못해 범인 검거에 실패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예시: 플레이어 A의 상황
A의 지목: 돼지 가면 (정답)
최종 투표: 쥐 가면 3표, 돼지 가면 1표 → 검거 실패
A의 점수: 검거 점수 ✕ / 지목 점수 ○
→ A는 설득에 실패했지만, 자신의 추리가 옳았음을 증명하고 지목 점수를 받습니다.
즉, 설득에 실패했더라도 추리 자체는 인정받을 수 있는 구조입니다.
점수 계산 예시
아래는 가상의 게임 결과를 바탕으로 한 점수 계산 예시입니다.
게임 결과
범인: 돼지 가면
최종 투표: 용 가면 2표, 돼지 가면 1표, 닭 가면 1표 → 검거 실패
지목 현황: 쥐·돼지 → 용 지목 / 닭 → 돼지 지목 / 용 → 닭 지목
※ 쥐 가면은 게임 중 교주와의 연인 관계를 직접 인정함
닭 가면 (오지환)
• 증거품 소지하여 형의 실종 진상 밝힘: +4점
• 외부인이라는 사실을 말하지 않음: +1점
• 투표에서 범인(돼지) 지목: +3점
• 최다 투표로 지목되지 않음: +3점
합계: 11점
쥐 가면 (김은비)
• 범인(돼지) 구속: 0점 (검거 실패)
• 투표에서 범인(돼지) 지목: 0점 (용 가면 지목)
• 뱀 가면과의 교제 사실을 말하지 않음: 0점 (직접 인정)
• 최다 투표로 지목되지 않음: +3점
합계: 3점
용 가면 (김용환)
• 진짜 교주/환생 의식 사실을 말하지 않음: +3점
• 범인(돼지) 구속: 0점 (검거 실패)
• 투표에서 범인(돼지) 지목: 0점 (닭 가면 지목)
• 최다 투표로 지목되지 않음: 0점 (최다 지목됨)
합계: 3점
돼지 가면 (김진철) — 범인
• 이교도의 상징 새긴 사실을 말하지 않음: +3점
• 투표에서 지목되지 않음: +6점 (2명이 지목 안 함 × 3점)
합계: 9점
최종 순위
1위 닭 가면 — 11점
2위 돼지 가면 — 9점 (범인 탈출 성공!)
공동 3위 쥐 가면, 용 가면 — 3점
타임라인이 없는 전개
이 게임에는 타임라인이 없습니다.
전통적인 머더미스터리에서는 "몇 시에 누가 어디에 있었는가"를 추적하는 타임라인이 핵심입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생각해보면, 자신이 몇 시 몇 분에 무슨 행동을 했는지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색합니다.
일상에서 우리는 시간을 그렇게 정밀하게 인지하지 않습니다. "8시 15분에 화장실에 갔다"처럼 구체적인 시간을 기억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대부분 "저녁 먹고 나서", "누구랑 이야기한 후에"처럼 사건의 전후 관계로 시간을 인식합니다.
또한 타임라인은 독점 정보가 되기 쉽습니다. 각자의 행적은 본인만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타임라인만을 맞춰서 추리하게 되면 범인이 금방 드러나는 구조가 되어버립니다.
(물론 "당일 행적에 대한 정보(환상을 보지 못함)가 범인 지목에 너무 치명적이다"라는 피드백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역시 타임라인을 더 복합적으로 표현한 형태라고 생각합니다. 기존 타임라인 비교 방식처럼 범인만 모르고 있는 정보를 대조하되, 단순한 시간 나열이 아닌 게임 시스템 내에서 자연스럽게 드러나도록 설계한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하여, 타임라인 대신 단서와 논리적 추론에 집중하는 구조로 설계했습니다.
05.
왜 엔딩 북을 QR 코드로 제공했는지
실물 보드게임에 종이 엔딩북을 포함하는 대신 QR 코드를 통한 웹 엔딩을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게임 도중에 QR 코드를 사용하는 형태는 몰입감을 깨고 불편하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선호하지 않습니다. 스마트폰을 꺼내 카메라를 켜고, 링크를 열고, 페이지가 로딩되기를 기다리는 과정이 게임의 흐름을 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엔딩 이후라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게임이 끝난 시점에서는 긴장이 풀리고, 오히려 웹의 장점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첫째, 분기별 엔딩의 효과적인 전달입니다. 최종 투표 결과에 따라 6가지 엔딩으로 분기되고, 각 엔딩 내에서도 개인별 점수와 선택에 따른 추가 분기가 존재합니다. 예를 들어 범인 검거 여부, 개인 지목 성공 여부, 비밀 유지 여부 등에 따라 각자 다른 결말을 보게 됩니다. 이 모든 경우의 수를 종이로 제공하려면 수십 페이지가 필요하고, "○○페이지로 이동하세요"라는 안내를 따라가다 보면 다른 엔딩의 스포일러에 노출될 위험도 있습니다.
둘째, 몰입감 있는 연출입니다. 배경 음악이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텍스트가 순차적으로 나타나며, 선택지를 클릭하면 다음 장면으로 자연스럽게 전환됩니다. 종이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시청각적 요소를 활용해보고 싶었습니다.
셋째, 개인별 열람의 편의성입니다. 각자의 스마트폰으로 엔딩을 확인할 수 있어, 한 권의 엔딩북을 돌려보는 번거로움이 없습니다. 4명이 동시에 각자의 개인 엔딩을 확인하고, 서로의 결과를 공유하며 이야기 나눌 수 있습니다.
넷째, 현실적인 제작 환경입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비용 문제도 QR 코드를 선택한 이유 중 하나입니다. 비용 이야기가 변명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이 섹션에서는 솔직한 이야기를 담고 싶었습니다.
저희는 학생 신분으로 이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솔직히 아무것도 몰랐습니다. 단순히 제작이나 배송이 쉽게 될 줄 알았는데, 막상 진행해보니 전혀 다른 세계였습니다. 업체 컨택부터 시작해서 견적 비교, 인쇄 방식 선택까지. 처음 겪어보는 일들의 연속이었습니다.
소규모 팀이 작은 규모로 제작을 진행하다 보니 소량 생산의 높은 단가를 감당해야 했습니다. 대량 생산할수록 단가가 낮아지는 구조에서, 저희 같은 소규모 프로젝트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또한 디자인 부분에서도 쉽지 않았습니다. 디자이너를 고용하는 것도 비용이었고, 의뢰 비용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특히 정합 및 배송 과정이 까다로웠습니다. 박스, 카드, 시트지 등을 포장하는 정합은 불가피한데, 국내 업체에서는 이를 지원해주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카드가 1번부터 N번까지 순서대로 한 번에 오는 게 아니라, 1번 카드 M장, 2번 카드 M장... 이런 식으로 따로 납품되기 때문에 재조립이 필수였습니다. 결국 사람을 고용하거나 직접 해야 했고, 직접 할 경우 시간과 공간의 제약이 컸습니다. 배송 역시 만만치 않았습니다. 배송 업체 선정부터 배송비 협상까지, 소량 발송은 단가가 높아 비용 부담이 컸습니다.
펀딩에서 900여만 원이라는 금액을 달성했을 때 정말 기뻤지만, 외부에서 보이는 펀딩 금액과 실제로 손에 남는 수익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습니다. 실제로 수익의 50~70%가 제작비, 배송비, 정합비, 펀딩 수수료, 디자인 의뢰비, 테스터비 등으로 빠져나갔습니다. 너무 감사하게도 '보틀링 컴퍼니'와 함께 제작 및 스마트 스토어 판매까지 진행하게 되었고, 덕분에 적자는 면할 수 있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저희와 함께해주신 보틀링 컴퍼니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게다가 저희 프로젝트에는 오타 문제가 있었습니다. 플레이어분들께 너무나 미안한 마음에, 수정된 카드를 추가 배송하는 과감한 선택을 했습니다. 그 결과, 3명이 수익을 나누게 된다면 사실상 수익은 없다시피 하게 되었습니다. 이건 저희의 잘못입니다. 다시 한번 죄송합니다. (아마 수십 페이지의 엔딩북까지 생산되었다면, 이 작품을 만드는 데 펀딩 비용 이상의 지출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희가 머더미스터리를 계속 만드는 이유가 있습니다. 저희는 보드게임 동아리에서 모인 멤버들로, 머더미스터리와 TRPG라는 장르에 큰 매력을 느끼고 있습니다. 함께 모여 역할을 맡고, 추리하고, 서로를 의심하며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경험. 그 특별한 재미를 누구보다 잘 알기에 이 장르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플레이어분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볼 때, 추리하며 몰입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것.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보람을 느낍니다. 솔직히 수익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저희도 머더미스터리 유저이기에, 이 장르가 더 많은 분들께 사랑받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텀블벅 후기, 머더미스터리 로그 평가, 블로그 리뷰 등 다양한 곳에서 피드백을 접하게 됩니다. 개선점을 제시해주시는 피드백은 저희에게 큰 도움이 되고, 그런 평가들이 쌓여 머더미스터리 장르 전체가 발전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응원해주시는 분들 덕분에 계속해서 만들어 나갈 수 있습니다. 현실과의 균형을 찾아가며, 더 나은 작품으로 보답하겠습니다.
이 작품을 여러분께 선보이고 싶었습니다. 저희는 작품의 퀄리티를 최우선으로 생각했습니다. 현실적인 제약 속에서 종이 엔딩북 대신 웹 엔딩을 선택하게 되었지만, 단순히 비용을 아끼기 위한 차선책이 아니었습니다.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웹이기에 가능한 장점들을 충분히 활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기에 이 결정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다른 머더미스터리 제작자분들은 어떻게 수익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혹시 머더미스터리나 보드게임 제작을 꿈꾸시는 분이 계시다면, 이러한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부분을 꼭 고려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관련해서 궁금한 사항이 있으시다면 텀블벅을 통해 연락주시면 친절히 알려드리겠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러한 제작 사정을 고려해야 할 이유는 전혀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희도 머더미스터리를 즐기는 유저이기에, 플레이어분들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압니다. 그럼에도 현실의 한계에 부딪혀 더 좋은 퀄리티를 보여드리지 못한 점,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의 내용과 게임 경험에서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35,000원이라는 가격이 부담되셨을 수 있습니다. 저희 역시 플레이어로서 머더미스터리가 비싸다고 느꼈던 적이 있습니다. 하지만 직접 제작해보니, 시장 자체가 아직 크지 않아 대량 생산이 어렵고, 소량 생산의 단가가 그대로 반영되는 구조였습니다. 유저 입장에서 안타깝지만, 솔직한 이야기를 전하는 자리인 만큼 어쩔 수 없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차기작에도 QR 코드 구조를 유지할 예정입니다.
여러 머더미스터리 제작자들이 보여주는 안정적인 퀄리티를 기대하셨을 텐데, 정말로 죄송합니다. 실물 엔딩북을 기대하셨던 분들께도 아쉬움을 드렸을 수 있습니다. 저희도 소장 가치를 중시하는 유저로서 그 마음을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럼에도 지금 형태의 웹 엔딩이라면 실용적인 부분에서 만족감을 드리며, 게임의 완성도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 판단했습니다.
EPILOGUE
마치며
〈뱀이 죽은 축제〉는 저희 팀 Project DullG의 첫 번째 실물 보드게임 시나리오입니다.
처음 기획부터 완성까지 약 6개월이라는 시간이 걸렸습니다. 기획에 2개월, 테스트와 수정에 4개월. 그 사이에 밸런스 조정, 난이도 테스트, 스토리 수정, 카드 디자인 변경 등 셀 수 없이 많은 수정을 거쳤습니다. "이게 정말 재미있을까?"라는 의문과 "조금만 더 다듬으면 좋아질 것 같다"는 욕심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했습니다.
게임을 준비하면서 정말 많은 아이디어가 있었습니다. 욕심은 많았지만 첫 작품인만큼 절제하고 싶었습니다. 새로운 게임 시스템 자체가 하나의 도전이었기에, 여러 기믹보다는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우선했습니다.
테스트는 정말 많이 했습니다. 동아리 구성원(20~30명 포함) 각자의 가족, 동네 친구들, 지인들까지. 수많은 분들이 시간을 내어 테스트에 참여해주셨고, 그때마다 받은 피드백은 게임을 완성하는 데 큰 힘이 되었습니다. 날카로운 지적부터 작은 격려까지, 모든 목소리가 이 게임에 녹아 있습니다.
사실 제작자로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습니다. 이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볼 수 없다는 것입니다. 모든 비밀과 트릭을 알고 있기에, 플레이어로서 추리하고 의심하며 진실을 향해 나아가는 그 경험을 할 수 없습니다. 테스트할 때마다 옆에서 지켜보면서 "나도 저렇게 플레이하고 싶다"는 생각을 수없이 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플레이해주시는 분들께서 이 게임을 온전히 즐겨주셨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혹시 최근에 나온 다른 머더미스터리에 비해 여러 방면에서 부족하게 느끼셨다면, 그렇게 느낄 수밖에 없었던 것 같아서 너무 아쉽습니다. 저희도 머더미스터리 유저로서 좋은 작품을 플레이했을 때의 감동을 알기에, 그런 경험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사실 하고 싶었던 것들이 정말 많았습니다. 투표 이후 추가 행동, 라운드별 특별 이벤트, 더 복잡한 관계도와 반전 등.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첫 작품인 만큼 게임의 완성도를 우선했습니다. 이번 경험을 발판 삼아 더 성장하겠습니다.
저희의 다른 작품들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레드가 죽은 연구소〉, 〈미식의 대가〉, 〈의사가 너무 많아〉 등 이번 작품에서 담지 못했던 다양한 기믹을 시도한 차기작들이 있습니다. 또한 우즈에 출시한 〈잿빛 소녀가 죽은 추억〉은 이번 작품의 한계를 넘어 도전적인 시도를 담은 작품입니다.
완성되지 않은 작품임에도 믿고 후원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여러분의 응원이 없었다면 이 게임은 세상에 나오지 못했을 것입니다.
슈퍼 스페셜 후원자 (1명)
Crix
스페셜 후원자 (8명)
권영호(權寧浩), 너맛최제에, 생매장팟, 염상혁, 윤재원, 이주은, 참견쟁이 스피드웨건, 호날두
프리미엄 후원자 (40명)
김나해, 김도형(똘의무기는상상력), 김성낭(개구리), 꼬마망독, 나강윤, 나랑, 나루, 로엔(Royen), 리시, 망듀, 모찌, 바르고고운말, 박상호님, 박성영(Gund), 박하민, 부천IN 고영준, 산책, 선생님제발좀, 압압_프렌즈안양, 왕건(에코), 웅, 이안(Y2an), 전찬제, 지영꾸, 최우진, 한수진, 한정훈, 휴먼, 히어로 보드게임카페, Bella_H, Godfather, KHS, KRTBO, Neulsol Kim, PNick, Radin, wl, 雅若, gn****(9452483), rndtj****(9471556)
그리고 이 작품을 구매하신 구매자님을 포함한
도와주신 모든 후원자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플레이해주신 모든 분들께도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이 게임을 즐기고, 추리하고, 서로 의심하며 웃고 떠드는 그 시간이 저희에게는 가장 큰 보람입니다. 여러분만을 위한 이야기가 잘 전달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저희는 머더미스터리라는 장르 자체가 더 흥행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아직 국내에서 머더미스터리는 보드게임 중에서도 비교적 생소한 장르입니다. 방탈출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지고, 친구들과 "머더미스터리 하러 가자"라는 말이 자연스러워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더 많은 분들이 이 장르의 매력을 경험하고, 함께 추리하고 의심하는 그 짜릿함을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저희는 입문자도 쉽게 즐길 수 있으면서, 숙련자에게도 의미 있는 경험을 드리고 싶었습니다. 장르의 문턱을 낮추면서도 본질적인 재미는 유지하는 것. 쉽지 않은 균형이지만, 머더미스터리를 처음 접하는 분들이 "이거 재밌다, 또 하고 싶다"라고 느끼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만들었습니다.
아직 부족한 점이 많지만, 이번 경험을 소중히 간직하며 더 재미있고 더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같은 머더미스터리 유저로서, 여러분의 응원이 저희에게 큰 힘이 됩니다.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Project DullG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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